저자 마미야 유리코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학교와 직장의 선후배 사이로 얽혀진 네 명의 남자가, 즉흥적인 동기로 얼떨결에 여행을 떠났다가 각자 숨겨두었던 상처와 고민을 하나씩 드러내며, 서로에게 위로도 되었다가 오해도 되었다가 좌충우돌 각자의 방식으로 치유하는 잔잔한 여행기.

주제가 묵직하지 않고 평범하지만, 이런 소소한 이야기가 그리운 까닭은 팬데믹 시대의 피로감과 갈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함께 네 사람의 사연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그냥 여행을 다녀와 머리를 식히고 온 홀가분한 느낌이 든다.

등장 인물(괴짜 청년 사이키, 이혼 가정에서 자라 미술대학 나온 마시마, 이혼남 시게타, 죽은 첫사랑의 추억을 가진 나카스기)과 독자의 첫 만남은 좀 뻘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는 외면한 채 우린 우리 이야기를 한다는 식으로 출발하지만, 어느 순간 그들의 여행에 동참하고 있는 걸 느꼈으며, 일본식 이름과 지명(사도, 교토, 아타고 산, 돗토리 사구, 아쓰미 반도 등)이 생소하여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사람이 다 그렇듯이 걸어온 길이 다르고 저마다의 사연이 있기에 우리는 모두 존중받아야 마땅하며, 기왕이면 남들의 사연에 주눅들지 말고 내가 가진 사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인생은 여행이니 나의 사연을 컨텐츠 삼아 멋진 여행자로서의 삶을 꿈꾸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