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위화

출판사 푸른숲

군대 갔다 온 큰아들의 소개로 알게 된 중국의 작가 위화…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허삼관 매혈기>, <인생>을 넷플릭스로 시청했었고, 예상치 않게 허를 찌르는 감명을 받았으며, 작가 위화는 중국에서 꽤 오래된, 루쉰처럼 전설적인 고전 작가이겠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위화는 1960년생으로 중국의 문화 대혁명 시기를 거치며 성장한 세대였고, 문학에 대한 교육은 커녕 어른들의 자아 비판 대자보를 보고 글을 익혔으며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인생>이 유럽의 칸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위상이 높아져, 지금은 중국을 대표하는 현역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해 위화는 중국이 문화 대혁명을 겪는 혼돈의 시기에 잉태한 작가이며, 중국 인민들의 삶을 따뜻하게 풀어내는 작가로 유명한데, <제7일>은 특이하게 영혼의 이야기이다. 죽어서도 매장되지 못하고 떠도는 영혼들의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은, 빈부의 차이에 따라 무덤에 묻힐 시신과 그렇지 못한 시신이 나뉜다는 설정이다. 보통 소설이 마지막에 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하는 예와 달리, 죽고 나서야 이야기가 시작되는 독특한 구성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며 시종일관 슬픈 감정이 잔잔한 강처럼 배경으로 흐르고 있다. 죽었으니까, 아무리 소설이라도 인간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사후 세계의 망연한 슬픔을 감당하기가 힘든 존재이므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한 남자, 41살 난 주인공 양페이는 식당에서 화재 사고로 건물이 붕괴해 죽은 후, 무게가 없는 영혼의 상태로 떠돌아다니며 7일 동안 자신이 살았던 인생을 되돌아본다. 그런데 주인공 양페이가 살아 생전 아는 사람들은 거의 다 죽어 떠도는 영혼인 상태로 만나게 된다. 이게 좀 무리가 되는 설정 같지만, 공산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로 발돋움한 중국의 고도 성장에 희생된, 가장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위화는 그동안 썼던 작품을 차치하고라도 사회가 버린, 정말 축축하고 불쌍한 인생들에만 한없이 관심을 갖는 작가라는 것이, 소설 <제7일>로 명백하게 드러났다 할까?

일단 주인공 양페이는 그의 어머니가 산달이 되기 전, 기차 변소에서 배가 아파 똥을 누다 빠뜨린 아이다. 그 시절의 철도는 시설이 열악했고 화장실은 지금처럼 수세식이 아니라 구멍이 뻥 뚫린 구조였다. 똥을 누건 오줌을 누건 배설물이 기차의 속도와 바람에 휩쓸려 떨어지던 시절, 신생아 양페이는 탯줄이 달린 채 천운으로 기차역의 젊은 선반공 양진바오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건진다. 양진바오의 나이 21세, 그는 어이없게 어머니를 잃어버린 양페이의 양아버지가 되어 이웃 아줌마에게 젖 동냥을 하며 결혼도 포기하고 양페이를 지극 정성으로 키운다.

양페이를 대학까지 보내고 퇴직한 말년의 어느 날, 불치병에 걸려 가난한 양페이에게 짐을 지우기 싫어서 아픈 몸으로 가출해서 숨을 거두고, 양페이는 식당에서 이혼한 처의 자살 소식을 신문에서 접하고 눈을 떼지 못하다가 건물에서 불이 나 폭발하는 것을 모르고 깔려 죽는다. 양페이의 전 처는 능력 있는 여성으로 출세를 꿈꾸다가 양페이와 이혼하고 부유한 대기업가와 재혼하지만, 남편의 폭력과 외도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이 외에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정부의 강제 철거로 무너진 건물 안에 깔려 죽은 부모와 고아가 된 아이, 산아제한 정책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고 죽은 태아와 의료 폐기물로 지정된 그들의 사체가 호수에 동동 떠다니다가 영혼으로 몰려 다니는 장면…

경찰의 고문 수사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은 영혼, 돈을 마련하기 위하여 불법 의료 시술에 장기를 팔다 후유증으로 죽은 영혼들, 문화대혁명 이후 폐기 된 방공호에 모여 쥐처럼 모여 사는 사람들의 실체와 죽음 앞에 작가는 소설의 죽은 자를 통해 부패한 공무원과 그들이 휘두르는 공권력 앞에 맥없이 스러지는 목숨을, 그 어떤 분노의 제스처도 취하지 않은 채 객관적으로 세밀하게 중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그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기조로 하는 중국 문학에 반항해 실험적인 글을 쓰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의 나이 7살 때부터 17살까지, 문화 대혁명을 거치면서 혁명 뒤에 숨은 부조리와 폭력을 경험하며 성장한 세대라 그런지,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통해 유독 중국 정권과 날이 서 있는 태도를 목격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그의 작품을 금서로 단속하지만, 그의 위상이 유럽에서 점점 절정에 이르고, 칸 영화제에서 대상 수상, 외국인들에게 그의 소설은 ‘중국을 들여다보는 보는 창’으로 통하는 마당에 중국 정부는 위화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놓아주어야 했을 것이다. <제7일>은 삶의 아름다움을 사후 세계를 배경으로 그려낸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나에게도 돌아가신 아버지가 있기에 아버지를 생각하며 읽은 소설이기도 했다. 사람 사이의 정이 이토록 소중한지, 죽어서도 돈이 없어 매장되지 못하고 떠도는 영혼들에까지 사랑은 절대적인 것임을 슬프도록 말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