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전경일

출판사 다빈치북스

20년 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라는 DVD를 보았었고, 80이 다 된 노가수들의 주름진 열정과 한맺힌 흥에 이끌려 쿠바라는 나라에 대한 호감이 자연스럽게 각인된 기억이 있다. 그러나 책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냥 주관적인 입장의 여행 에세이일 것 같았는데, 작가는 자본주의의 반대편에 선 쿠바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치며 뜨겁게 기록한다. 어느샌가 나도 쿠바의 삶을 탐험하는 듯한 궤적에 올라있으며, 자본주의 나라에서 유명한 명소를 탐방한 것과는 다르게 확실히 차별화되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스페인의 식민지, 친미 정권에 항거하는 지도자 체 게바라, 대혁명, 사회주의 국가, 미국의 경제 봉쇄 정책 때문에 극도의 고립을 겪고 있으며, 집과 버스 요금이 무상에 가깝지만, 리모델링을 하지 못하는 낙후된 건물, 도서관과 책들의 보관이 수월치 않아 낡아 없어질 지경이며, 여행객이 먹기엔 너무 궁핍한 먹거리들, 퀭하고 빈티지스런 거리들, 전체적으로 자본이 없는 삶에 쪼들려 감성마저도 팍팍할 것 같지만, 오히려 쿠바인들은 행복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열대 사바나 기후의 뜨거운 태양을 닮아서일까? 혁명의 자부심 때문일까?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하는 듯이 재즈와 룸바춤을 즐기며 음악이 있으면 어디서나 몸을 흔들 줄 알고, 자가농법으로 먹거리를 생산해내며, 재료가 없어도 손으로 고치지 못하는 자동차가 없을 만큼, 쿠바인들의 생존 능력과 행복에 대한 열망의 분출은 자본주의 사회 너머에 다른 대안과 반전을 충분히 제시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