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기드 모파상

출판사 문예출판사

모파상의 글은 끈질긴 사실의 나열이다. 그다지 감상적이지도 않고 낭만적이지도 않고 결말에 해답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해피 엔딩도 새드 엔딩도 아닌 처연한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현실을 자각하게 되고 씁쓸하게 웃을 수 밖에 없다.

오늘날은 소설에서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기본이 되었지만, 모파상이 활동했던 1800년대에는 낭만주의가 휩쓸던 시기라 그의 작품이 사회에 던진 충격은 어마어마했던 모양이다. 니체나 톨스토이도 모파상의 작품을 못마땅해하면서도 <여자의 일생>을 극찬했던 걸 보면 말이다.

<여자의 일생>이라는 극히 신파적이고 따분해보이는 제목의 내용은, 우리나라 조선시대 현모양처를 강요받고 살아온 양반 가문의 여자들의 수동적인 삶, 또는 가부장적인 남편의 그늘 밑에 평생 고생바가지를 뒤집어 쓴 채, 자식만을 보고 살아왔던 어머니 세대들의 삶의 내용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주인공 노르망디 귀족 가문의 외동딸 잔의 삶이 못하면 못했지,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라고 느껴질 만한데도 그녀는 귀족 계급이다.

걷잡을 수 없는 탐욕과 바람기를 주체 못해 잔의 하녀까지 건드리고 유부녀와도 놀아났던 남편의 죽음, 충격에 따른 사산, 잔의 걱정에 시달린 부모의 잇달은 죽음, 남편의 사랑 부재 때문에 오로지 목숨 바쳐 키운 아들의 배반과 타락, 가문의 몰락, 가난의 굴레… 잔이 모든 것을 잃고 식음을 전폐할 때 나타나 잔의 손을 잡아준 것은 20년 전 남편에게 강간당하고 사생아를 낳았다는 이유로 쫓겨났던 하녀 로잘리이다.

로잘리는 남편의 아들을 낳았지만, 로잘리가 잘 키워 건실한 농부가 되었으며 이제는 경제적으로도 넉넉해진 로잘리와 함께 죽어가는 잔을 성심껏 돌본다. 잔의 아들 폴이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매춘부와 아기를 낳았으나 매춘부가 죽어서 버려진 갓난 아기를 로잘리와 그의 아들이 구출해서 잔의 품에 안겨주며 이 답답한 소설은 막을 내린다. 어린 손녀를 품에 안은 잔에게는 어떤 감정이 일었을까?

<여자의 일생>은 단지 여자의 삶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삶이 반영된 서사극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모파상은 남자인데 어떻게 이렇게 여자의 기구한 운명을 일말의 동정도 없이, 다큐멘타리 찍듯이 옮길 수 있었을까? 모파상이 12살 때 부모님의 이혼이 결정적인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며, 모파상이 냉엄한 사실주의 작가의 원조가 되는데 기여한 것이고, 책 제목은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잘못 번역이 된 것이라 하는데, 어쩐지… 원제는 <어느 인생>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