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잭 런던

출판사 위즈덤커넥트

20세기 들어서기 전,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연간 1만 통이 넘는 편지를 받는 인기를 누리며 전 세계적인 문화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소설가 잭 런던. 그는 인생이 너무 파란만장해, 작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물로 평가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20대 초반에 접했던 그의 소설 <강철 군화>는 자본가가 노동 계급에 대한 착취를 예견한 디스토피아 소설로, 그를 사회주의 첨병에 선 작가로만 인식했었다. 그런데 뒤늦게 알게 된 그의 인생 스펙트럼이 사회주의 작가로만 규정짓기에는 너무 방대해, 내 마음속에는 그냥 고난에 맞서 입체적인 삶을 살다 간 소설가 잭 런던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그는 미국 내에서도 대중 잡지 소설의 황금기를 개척한 인물이며 40세에 알콜중독으로 숨을 거두기까지, 매일 하루에 천 단어, 15시간씩 글을 쓰며 그야말로 ‘일하는 짐승’처럼 자신을 채찍질했던 사람이다. 나는 문학 작품을 접할 때, 텍스트보다는 저자의 인생 이력에 호기심이 많은 편인데, 인기 소설가이자 사회 운동가, 열정적인 대중 연설가로 유명한 그의 인생은 들여다보기에도 벅찬 것이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야성의 부름>, <늑대의 아들>, <강철 군화>, <마틴 에덴>과 같은 굵직한 장편 소설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단편 소설 중의 하나인 <붉은 전염병>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그의 인생을 속속들이 파고 들어가 보고 싶다.

잭 런던은 187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음악 교사인 어머니의 사생아로 태어난다. 그의 아버지는 떠돌이 방랑 점성술사 체이니로 추정되지만, 훗날 잭 런던이 체이니를 찾아갔을 때, 생부임을 부정했으며 오히려 어머니 행실의 방탕함을 비난했었고, 실제 그의 어머니는 잭 런던을 임신했을 때 권총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받는다. 어머니가 존 런던이라는 사람과 재혼해 런던이라는 성을 얻게 된 것이며, 10대 때에는 학교에 다니지 못한 채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볼링장, 통조림 공장에서 18~20시간씩 일 했으며, 15세에는 샌프란시스코 굴 양식장에서 굴을 훔쳐다 파는 가장 어린 굴 해적이 된다.

잔머리와 대담함으로 다른 해적들에게 밀리지 않는 유능한 해적이었으며, 일본에서 시베리아까지 횡단하는 물개잡이 배의 선원이 되어 생활했으며 전차 발전소에서도 일하는 등,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일하는 짐승’처럼 사는데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부랑아 생활을 하며, 미국으로 이주한 독일 혁명가들이 결성한 노동 단체에 가입하여 사회주의에 눈을 떴고, 공산당 선언을 읽으며 독학으로 문학, 철학, 과학을 공부한다. 19세 중학교에 입학, 20세에는 캘리포니아 대학에 입학하여 사회주의 전파에 힘쓰지만, 양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 학기 수업을 끝으로 다시 생활고 때문에 닥치는 대로 ‘일하는 짐승’이 되어야 했다.

1897년 골드러쉬 붐이 일자 금광을 캐러 알래스카 클론 다이크로 떠났지만, 광활한 산맥에서 죽을 똥을 싸며 금은 고사하고 괴혈병을 안고 돌아왔는데, 이때의 경험이 생생한 자양분이 되어 <야성의 부름>이라는 명작의 시위를 당긴다. <야성의 부름>은 그에게 엄청난 성공과 부를 안겨다 주었다. 글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잭은 무조건 글을 쓰며 다작에 온 정열을 바친다. 소재가 고갈되면 신문 기사 도용, 무명 작가들에게 소재를 돈 주고 사서까지 글을 썼는데, 윤리적 문제 때문에 항상 구설수에 오른다. 그러나 잭 런던이 살아왔던 거친 삶의 남성성과 야생성은 작품마다 크게 녹아내려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되고 상업적 소설가로 명성을 얻게 된다.

사회노동당 당원으로서 시장 선거에도 출마하였고, 작가로도 사회주의 운동가로도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삶에는 아이러니가 존재했다. 명성과 부를 거머쥐니 상류층 사회를 애착했고 실제로 상류층 여자들만 사귀며 부르주아의 생활을 고집했다. 그의 작가의 행적을 비난하는 문단의 냉대와 미국 문학에서 유일하게 재능 있는 프롤레타리아 작가라는 노동계의 평판이 맞선 채, 글을 읽을 줄 아는 노동자와 레닌과 트로츠키, 조지 오웰을 독자로 만든 잭 런던은 이상과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과음과 건강 악화로 사망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살로 보는 견해가 압도적이니 말이다.

오늘은 어찌하다 보니 잭 런던의 인생 엿보기가 되어버렸는데, <붉은 전염병>의 내용은 간단하다. 이 소설은 잭 런던의 디스토피아 소설 중 하나로, 2013년도 지구는 온몸이 붉어지며 심장이 굳어가는 전염병 때문에 세계 인구 대부분이 죽고 문명은 멸망한다. 살아남은 극소수의 생존자들 중, 대학 교수였던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들에게 지구 최후의 순간을 이야기하며 문명을 회고하지만, 수렵채집의 원시 생활에 길들여진 손자들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고 노망난 헛소리로 생각한다. 100년 전 잭 런던의 디스토피아 소설에서는 이같이 전염병을 비롯하여, 기업과 노사 간의 대립, 세계 1차 대전까지 예측하는 영검(?)함을 보여주었는데, 이 또한 그가 격랑하는 인생에 맞서 살기 위해 발버둥쳤던 문학의 값진 열매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