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레프 톨스토이

출판사 에디터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통찰의 대명사, 톨스토이가 어린이를 위해 동화를 썼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조금 흥분했었다. 사실 톨스토이는 가난한 러시아 농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계몽하기 위해 전력투쟁한 작가이므로, 농민의 어린 자녀들을 위해서 동화를 쓰는 것이 마땅한 일일수도 있었겠지만, 톨스토이 이름 하나만으로도 인류사에 깊이 각인된 대문호가 동화를 썼다는 것이 어쨌든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학교에 간 필리포크>라는 제목의 동화집은 러시아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들이다. 가난한 러시아 농민의 자녀들의 글쓰기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이 동화집은 우리가 흔히 접했던 창작 동화에 길들여진 시각에서 보면, 이게 뭔 동화야? 이렇게 쉬워? 할 정도로 짧은 문장과 현실적이고 간결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읽다보면 그래, 이게 바로 진정한 동화지! 하는 깨달음에 고개가 숙연해진다. 옳고 그름과 약자에 대한 배려, 효도, 우정과 용기, 사랑, 인생에서 중요한 진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현실적인 동화로 풀어내는 그의 노력은, 일생을 산골에서 평교사로 어린이들을 위한 글쓰기로 몸바쳤던 이오덕 선생님이 생각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러시아의 민중화가 파호모프의 그림과 곁들여져 전설적이고 클래식한 동화의 맛을 흠뻑 느끼게 해준다. 이 겨울, 도시환경에서 핸드폰과 인터넷 게임에 익숙한 어린이들에게 톨스토이의 동화를 같이 들여다보며 부모가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주는 경험을 하다보면,  아이도 어른도 울림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복잡했던 마음이 단순한 진실로 들어차며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