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다자이 오사무

출판사 느낌이있는책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어두운 소설. 부자집에서 태어났음에도 사람을 두려워하여, 연기를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고 한시도 행복해본 적이 없었던 주인공 요조가 술과 자살 시도와 여자와 약물에 빠져 정신병동에 수감되기까지의 과정을 처절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인간 내면의 추락과 피폐해짐의 끝판왕을 보는 느낌으로 허탈하게 읽었다.

그리고 이것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이라 더 안타까왔다. 다자이 오사무는 11명의 자녀 중 6번째 자식으로 부모님의 제대로 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 병약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의 가문이 가난한 농민들을 약탈하는 고리대금업으로 일어난 부자집이라, 평생 죄의식을 갖고 살며 좌익 운동에 가담하였고, 다섯 번의 자살 시도 끝에 3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인생을 희망이 있으며 장밋빛 구름이라고 믿는 낙관론자들에게 얼음물을 끼얹는 듯한 이 충격적인 소설은 글이 참 훌륭하다. 사건의 흐름보다는 내면의 흐름에 따르는 깊은 표현력이 압권이고, 같은 동양인이라 그런가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보다 더 친근하고 절절하게 와닿는다. 당시 일본은 태평양 전쟁 직후의 황폐한 시기였고, <인간실격>은 일본 사회의 위선과 추악함을 고발하는 계기가 되어 젊은이들의 자살 시도가 늘어나고, 다자이 오사무는 일본 최고의 작가로 급부상한다.

천성이 순수하고 유약하여 냉혹한 약육강식의 법칙과 인간 세계의 위선에 적응을 못하고 무너져내리는 그의 모습은, 내 자신의 모습과 닮은 부분이 있고, 이시대를 살아가는 착하고 나약한 수많은 사람들의 상처와 맥을 같이 하고 있기에 <인간실격>은 명작이 틀림 없는 것 같다. 진정 좋은 글을 쓰려면 인생이 행복해서는 안된다는 불문율이 있는 걸까? 글을 잘 쓰지만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우리 아이에게는 당분간 권하지는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