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태준
출판사 애플북스
<달밤>은 이태준이 등단한 1925년 <오몽녀>부터 1935년에 발표한 <순정>까지 모두 36편을 수록한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한국 문단이 이태준을 언어의 미학자, 한국의 모파상, 이런 수식어를 붙이며 높이 평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특히 한국문학사에서 근대 단편소설의 완성자로 평가받는 이유는, 1930년대 한국 근대문학이 활짝 꽃을 피운 절정기에 왕성한 활동을 하며 당대 최고의 작가로 군림했었고, 해방 후 월북을 선택했기에 그의 나머지 삶의 궤적을 알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그를 더 소환케 만들지 않았나 하며, 친일계몽주의나 민족주의가 양분되는 시점에서 그의 작품의 서정성이 남달랐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여기에 실린 단편들은 그가 한창 줏가를 올리던 시기에 저널리즘과 타협하지 않은 순수한, 그냥 쓰고 싶어서 쓴 작품들의 나열이라 더 주목할만하다고 생각한다. 하나같이 실향민들, 과부, 노인, 터를 잃고 쫓겨나 삶까지 잃어버린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 불쌍하다 못해 찌질하기까지 한 삶의 구차한 사연들이 생경한 북한 사투리와 더불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언뜻 보면 소외된 약자들 편을 드는 이야기같지만, 이태준의 시선이 객관적이고 삶의 욕망이나 욕구에 촛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철저히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신기한 게 이 소설집이 지금 읽어도 낯설지 않은 것은, 역행하는 시대 현실이 한몫하지 않나 싶다. 2021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가난한 사람들이 더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있기에, 집 한칸 없는 서러움과 좌절감과 피로감에 쩔어 있는 스스로에게 이태준의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