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리처드 바크
출판사 민중출판사
어린 시절 <갈매기의 꿈>을 읽었을 때는 시시했던 기억이 난다. 먹이를 찾기 위해 나는 갈매기가 아니라 날기 위해 나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의 이야기는 너무나 과정도 결말도 뻔하게 느껴졌었다. 이 책을 읽은 이들의 반응도 (나도 조나단같이 내 삶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등…)한결같이 훈훈한 자기계발서를 읽은 소감이 압도적이라 좀 답답했었다. 이 책은 왜 그렇게 인기가 좋은 걸까? 짧은 소설의 지면을 채우려는 듯, 책장 곳곳에 푸른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 사진이 유치하게도 느껴졌던 <갈매기의 꿈>은 과연 한 때 스치고 지나가는 유행 소설이었을까?
이 책은 1970년대, 미국에서 당시 최대의 베스트셀러였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판매고를 훌쩍 뛰어넘고,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와 더불어 높이 평가되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책이다. 저자 리처드 바크는 공군 조종사다. 특이하게 생텍쥐페리와 비행 경험을 토대로 창작 활동을 한 공통점이 있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 책을 읽어보니 전혀 감회가 색다르다. 젊었을 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수수께끼가 풀린 느낌이랄까? 나는 <갈매기의 꿈>을 그저 평범한 통속 소설로만 알고 있었던 듯하다. 이 짧은 소설은 1부, 2부, 3부로 나누어져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된 것처럼 보인다.
1부는 먹이만을 위해 나는 갈매기들과는 달리, 비행을 사랑하고 더 멋지게 높이 날기 위해서 맹연습을 하는 것을 꼴사납게 생각하는 갈매기무리들로부터 추방당한 조나단이,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만의 연습으로 외롭지만, 길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고, 2부는 어느 순간 조나단 곁에 그처럼 비슷한 수준으로 비행하는 갈매기들을 만나 동행하며, 더 높이 나는 훌륭한 스승들을 만나 비행술을 연마하는 이야기다.
스승 셜리반과 치앙의 가르침은 불교철학의 윤회와 맥을 같이하기에 더 솔깃하다. ‘어디를 가려거든 자네가 이미 도착했다는 것을 알고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이번 생에 무언가를 열심히 노력하는 이유는 그 노력이 다음 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배우고 노력하지 않으면 다음 생도 똑같은 생이 이어질 것이다.’ 스승 치앙은 이런 말을 남기고 빛으로 사라진다. 3부는 계속 비행술을 연마한 조나단의 경지가 스승 치앙처럼 비행의 전설이 될 수 있었음에도, 지난날 추방당했던 갈매기 무리를 찾아가 그곳에서 그 옛날 자신과 똑같이, 왕따를 당하면서 높이 날고 싶어하는 어린 갈매기 플레쳐의 스승이 된다.
여기까지 3부의 이야긴데, 나는 이 이야기가 조나단의 세 번의 삶으로 인식이 되었다. 첫번째는 외롭지만 의지를 굽히지 않고 나는 법을 연마해 자유를 얻은 삶, 두번째는 전생에서 열심히 연습했기에 비슷한 수준의 존재들를 만나 시작하여 더 깨우치고 배우는 삶, 세번째는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외롭고 힘없는 자들을 가르치며 사랑을 실천하는 삶, 이렇게 정리가 되는 것이다. 평생 비행기를 조종하며 높은 데서 세상을 보는 작가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어쩌면 우리 인간들은 낮은 데서 하늘을 보며 아등바등하며 살지만, 원래 신성이 있었던 존재임을, 뼈와 살을 넘어 한계가 없는, 환생을 거듭하는 이 우주의 하나의 신이었음을, 갈매기 조나단을 통해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실제로 이 소설은 종교계에서 신격을 침범하는 이야기라 하여 수십군데에서 출판을 거부당했었다고 한다. <갈매기의 꿈>은 명작이자 문제작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자신만의 삶을 완성시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능력계발서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작가는 ‘모든 이의 내면에 깃든 진정한 갈매기 조나단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라고 했는데 내 귀에는 ‘알아들을 사람은 알아듣기를 바란다!’라고 읽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