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마여 앤젤루

출판사 문예출판사

마여 앤젤루는 2014년에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를 표현할 말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그녀가 살았던 방식이 십대 때 최초의 흑인 전차 차장, 열여섯의 미혼모, 창녀촌의 마담, 가수, 작곡가, 영화 감독, 연극 배우, 극작가, 여성 운동가, 역사학자, 사상가, 흑인 인권 운동가 등, 워낙 스펙트럼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세살 때 부모가 이혼하여 친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왔다갔다하며 키워진 그녀는, 인종 차별과 성차별, 대공황의 온갖 고난을 겪으며 자라나 한세기를 아우르는 인물로 성장한다. 이책은 그녀가 세살때부터 16살때까지의 삶을 기록한 자서전으로 미국에서는 대학 필독서이며 보수적인 몇몇 주에서는 금서목록이라고 한다.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끔찍한 경험들, 세살 때 부모가 이혼해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으며, 여덟 살때 엄마의 애인에게 강간을 당하고 실어증에 걸리며, 이가 썩어 병원에 갔더니 백인 의사는 검둥이의 입에 손을 넣느니 개주둥이에 손을 넣겠다고 펄펄 뛰는 등, 참으로 고통스런 어린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이책의 전반에는 시종일관 따뜻함과 위트가 흘러넘친다.

그것은 마여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호기심과 섬세한 관찰력에 힘을 입어 술술 읽히는데, 가장 차별받는 계급이면서도 굴하지 않고 그녀의 어린시절을 문학과 예술과 도덕으로 교육한 친할머니, 엄마, 삼촌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끔 어떤 흑인들은 범접할 수 없는 품위를 지녔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마여 앤젤루의 가족이 그런 사람들이었구나!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