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막심 고리키
출판사 작가정신
막심 고리키는 러시아 1905년과 1917년, 혁명의 격변기에서 시대적 필연으로 탄생한 작가일 것이다. 러시아 문학이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안톤 체호프 등, 거장들의 명맥으로 주가를 날릴 때, 막심 고리키는 그가 타고나면서부터 살았던 처절한 민중의 삶을 바탕으로, 사회적 리얼리즘이라는 새로운 조류, 즉 민중 문학을 창시한 작가였다.
그는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4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11살 때는 완전히 고아가 되어 폭력과 학대를 일삼는 외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그 트라우마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심심치 않게 가출과 자살 시도를 했던 모양이다. 11살 때부터 생계를 위한 밥벌이에 나서야 했으며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그의 어린 시절은 극한 고통의 연속이었다. 오죽하면 그가 작가가 되고 난 다음의 필명, 막심 고리키는 극한의 고통, 쓰라림이라는 뜻이었을까?
그의 본명은 알렉세이 막시모비취 페시코프, 우리로서는 웬만하면 기억에 새겨지지 않을 이름이다. 우리나라는 빨갱이 작가라는 이유로 일제강점기부터 1987년 6월 항쟁까지 그의 작품은 금서였으며, <어머니>라는 장편 소설이 운동권 내에서는 바이블처럼 퍼져나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부모와 일찍이 사별하고 배우지 못하고 가난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막심 고리키가 의지할 곳은 결국, 그와 처지가 비슷한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이었다.
그가 초반에 쓴 작품들은 기초교양이 부족하고 문체가 투박하고 역겨운 쓰레기라고 악평을 받지만, 러시아 혁명과 어우러져 그의 순수한 태도에 감격한 평론가들과 톨스토이와 안톤 체호프가 인정하는 진실한 작가의 반열에 오르며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활동하게 된다. 그의 초기 작품 10편이 실린 <마부>는 국내에서는 처음 번역된 소설집이라 한다. 그러나 운동권이 쇠퇴한 2000년대 이후로 국내에서는 막심 고리키는 거의 잊혀진 작가가 되었고, 관심을 갖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막심 고리키의 <마부>에 실린 10편의 단편 소설은, 2023년도에 읽기는 사실 재미없다고 느낀다. 마치 톨스토이의 글이 그러하듯, 심오하고 철학적이며 자본주의 사회에 길들여진 양심을 불러내어 꾸짖는 것만 같아 불편하기 짝이 없다. 혹여 누구는 바쁜 세상에 재미없다고 퉤, 던질 것만 같다. 그러나 단군 신화에 곰이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으로 탈바꿈하듯, 우리는 막심 고리키의 작품을 그런 식으로 대해야 할 것 같다. 참을성 있게… 재미보다는 자본에 쪄들은 인간성의 회복을 꾀하며, 무엇이 사람답게 사는 길인가를 물으며 정독하는 태도를 배워야 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