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피터 스완슨
출판사 푸른숲
지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 작가 중에는, 어릴 때 로알드 달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내놓은 책마다 평단의 극찬을 받는 추리 소설가 피터 스완슨도 그 한사람인데, 도덕적인 개념을 빼고도 소설 자체만으로 흡입력이 있는 것은 어찌 그리 로알드 달과 맥을 같이 하는지…
등장인물은 릴리, 테드, 미란다, 브래드. 형사 킴볼, 이 다섯 명이다. 이 중에서 압도적인 주인공은 릴리, 릴리가 <죽여 마땅한 사람들>로 의미를 부여하며 하나하나 살인을 해 나가는 얼척없는 스토리이지만, 각 장마다 다른 화자가 그들만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소설의 방식이 다음 장을 넘기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들 정도로 몰입감이 높다.
릴리는 특이한 부모를 만나 어릴때부터 예술을 빙자한 끔찍한 광란의 파티에 시달리며 성장하는데, 오로지 독서를 통하여 냉정하고 지적이며 매력적인 여성으로 성장하지만, 마음 속의 그늘이 깊다. 자기 고양이를 괴롭히는 길고양이, 자신을 성추행한 화가, 양다리를 걸친 대학의 남자친구를 주도면밀하고 치밀하게 살인하지만, 양심의 가책은 없다.
이 세상을 살면서 나를 괴롭히는 악연들을 만나면 저사람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극단적인 미움까지 품을 수는 있으나 그때마다 살인을 하기는 힘들다. 현실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지만, 읽다보면 주인공 릴리를 동조하게 되는 마법이 있다. 나쁜 이들을 처단하는 릴리의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면서도 릴리의 살인 행각에는 무디어지는… 450쪽이 넘는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손에 땀을 쥐게 넘어가며 어쩌면 우리가 도덕과 양심, 이런 것보다는 이기적인 인식의 시대에 살고있다는, 우리시대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