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크누트 함순
출판사 창
표지만큼이나 강렬한 책 제목, 낯설지만 웬지 끌리는 작가의 이름… 여러모로 흥미진진했고 눈에서 떼기 힘든 책이었다. 크누트 함순은 100년 전 노르웨이 작가로 아직 우리나라에는 덜 알려진 듯 하고, 태어날때부터 지독한 가난과 육체 노동과 학대에 시달리며 성장한 작가였다.
<굶주림>은 노르웨이가 석유 개발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되기 이전, 험한 자연환경에 가난한 어업국가였을 시기가 배경이며, 함순을 노르웨이 국민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책이다. 앙드레 지드의 극찬으로 포문을 여는 이 책은 그가 글을 쓰면서 겪었던 가난과 뼈저리게 배고팠던 경험이 녹아있는 자전적인 성격의 소설이다.
줄거리는 별로 없다. 연필 한 자루밖에 가진 것이 없고 영양실조인 작가(신문사에 투고하여 원고료를 간간히 버는 정도)는 원고료를 타면 방을 하나 빌리고, 시간이 지나면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방세를 못내 결국 쫓겨나는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점점 미쳐가는 이야기다.
며칠을 굶다 먹을 것이 생기면 닥치는대로 마구마구 쑤셔넣느라 위장이 받아내질 못하고 다시 토해내는데, 그것이 아까워 피눈물을 쏟는 주인공은 저항한다. 빵보다는 양초 한토막을 택한다. 배고픔에 맞서 글쓰기라는 혼자만의 샛길을 순수하게 보존할 수 있기를 열망하며, 자기보다 더 가난한 노숙자에게 전당포에 조끼를 팔아 우유를 내어주며, 정신 착란과 정상 사이의 경계를 왔다갔다하며 영원처럼 이어지는 독백을 늘어놓는다.
배부른 사람들에게는 미친 사람의 횡설수설로 읽혀지겠지만, 그의 정신은 무엇과 사투를 벌인 것일까? 19세기 후반 자본주의라는 급진적인 변화에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희생당한,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한 사람이, 마지막 남은 인간의 존엄을 지켜내고 자본주의를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크누트 함순의 <굶주림>을 통해, 100년 전 노르웨이의 정신 세계로 우뚝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