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동인
출판사 토지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 시간에, 한국 단편 문학의 백미로 빠지지 않았던 김동인의 <광염소나타>를 나이들어 읽어보니 착잡한 마음이 든다.
주인공 백성수는 천재 음악가의 사생아로 홀어머니와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며 성장하다가, 어머니가 병에 걸려 죽어가자 어머니를 살리려고 백방으로 애쓰지만, 모든 이웃으로부터 거절당하고 충동적으로 돈을 훔치다 붙잡힌다.
백성수가 감옥에 갇혀 형을 사는 동안, 어머니는 병든 몸으로 기어나와 아들을 찾아헤매다 길거리에서 돌아가시는데…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봐도 그가 겪은 고통이 얼마나 처절했음을 알 수 있으며, 재능있는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제정신으로 살기는 힘들 것 같다.
인간의 행복을 전제로 하지 않은 재능과 예술가의 삶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백성수와 어머니가 밥을 굶지 않을 정도로만 경제력을 유지하고 이웃의 보살핌을 받았더라면, 자신과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살인마 피아니스트가 되었을까?
인간이 제대로 살아가려면 사회 분위기와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데, 과연 저자 김동인은 인간답지 못한 사회 시스템에 경종을 울리려고 이 소설을 썼을까?
안타깝게 예술가의 입장에서만 천재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피력한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