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강춘진
출판사 가교
국제신문의 강춘진 문학기자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을 아우르는 소설, 시의 발자취를 쫓아 독자들과 함께 문학기행을 떠났다.
<태백산맥>의 전남 보성, <칼의 노래>의 경남 통영, <몰운대행>의 강원도 정선, <5월 그날>의 광주 등, 문학작품의 실제 무대가 되었던 장소를 체험하고, 독자들과 작가들이 만남을 가졌던 이 문학여행은 나름 뜻깊었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들은 문학을 ‘어머니의 자궁’과 같다고 공통된 고백을 하는데 삶의 근원에 심취하는 문학의 특성에 반해, 문학을 살아 숨쉬게 하는 환경은 엄청난 속도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의 뿌리가 되었던 자연 마을에 거대한 리조트, 펜션 단지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갯벌은 매립되어 시를 태동하게 했던 물길은 막혀버리고, 하다못해 외진 시골 마을 주민들이 세워준 죽은 시인의 묘비에도, 새똥으로 얼룩진 채 재개발 구역으로 방치되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에서, 앞으로는 문학이 설 환경은 어디쯤일까?
2020년도에 읽는 이 문학기행은 그리 낭만적으로 다가오지 못하며, 문학이 갈수록 홀대받는 장르가 될 것이라는 예감에 씁쓸하기만 하다.
건진 것이 있다면, 보석같은 작품을 쏟아낸 현역작가들의 이름과 작품을 눈요기할 수 있었다는 것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