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허지웅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오래 전 허지웅 작가의 <버티는 삶에 관하여>라는 에세이를 읽었었는데, 그의 냉소적이고 독기어린 필체를 통해 드러났던 불우한 가정사와 고난스런 성장기가 기억에 꽤 남았었다.
극도로 어려웠던 젊은 시절을 거치며 생존형 작가로서 분투한 끝에 베스트셀러 작가와 방송인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40 초반의 이른 나이에 혈액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1년 동안 항암투병을 해 완치판정을 받은 후 낸 에세이가 <살고 싶다는 농담>이다.
병상일지, 영화 이야기, 철학 이야기들로 암투병 전과는 좀더 부드러워지고 관조적인 시각이 눈에 띈다. 젊은 시절에 깨닫지 못했던 것들, 방황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시각의 변화를 기록함으로써 이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정신적 도움을 주려하는 의도와 사명감이 엿보인다.
극한의 투병일지는 아닐지라도 다시 재발한다면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운명에 순응하겠다고 밝혀 투병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던 것인가를 역설해주고 있다. 독자들은 그가 암투병을 극복하고 더 단단해졌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기억에 대한 공포감, 남은 날들을 시한부 인생으로 간주하며 살아가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느껴져 안스러웠다.
그는 어릴적 가정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재혼을 한 아버지를 잊지 못한채 살다가, 가장 어려웠던 대학 시절때 자존심을 버리고 도움을 청했지만 매몰차게 거절했던 아버지를 잊지 못한다. 성공한 후에 딱 한번 만나 적이 있었는데 미안해하기는 커녕 ‘내가 그렇게 모질게 굴었으니 니가 성공하지 않았느냐?’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그 뒤론 다시 아버지를 찾지않았다는 일화가 있다. 허지웅이 건강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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