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프란츠 카프카

출판사 더난출판사

시장 자본주의에서 용도 폐기되어 더 쓸모가 없어진 인간의 말로를 이렇게 씁쓸하게 그려낸 기이한 역작이 있을까? 프란츠 카프카는 불우한 성장 과정으로 결코 어른이 될 수 없었던 병든 인격으로 살았으며, 인간도 해충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를 문학의 소재로 자주 등장시켰다.

<변신>에서는 주인공 그레고르가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세일즈맨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벌레가 된 후, 가족들로부터 혐오스런 처지로 전락하여 내팽겨쳐지고 덤덤하게 말라죽는다.

그레고르가 난데없이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을 보고도 오히려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에 안락함을 느낀 것처럼 프란츠 카프카의 삶도 노동의 고단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였다고 한다. 낮에는 생계를 위하여 착취가 심한 보험회사 외판원 근무를 하고 밤에는 결핵이 걸린 몸으로 글을 썼다.

카프카의 불행은 어린 시절부터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폭력과 위협으로부터 시작된다. 카프카와는 달리 건장하고 욕심이 많았던 아버지의 눈에 카프카는 성에 차지 않는 아들이었고 못난 놈이었으므로, 평생 비난과 잔소리를 들어야했던 카프카의 신경쇠약은 영양실조와 결핵으로 이어졌고 <변신>같은 기이한 문학으로 간신히 숨을 쉴 수 있었다.

가족이란 혈연의 숭고한 끈으로 연결되었다는 관계 설정에서 시작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기에 심란하다. 정반대 성향의 구성원이 만나 부모가 자식을 억누를 때, 자식이 짊어져야 하는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울만큼 끔찍한 것이다. 카프카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중독성있게 읽혀지는 이유는, 비틀어진 가족관계 속에서 삶을 악몽이라 여기며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반증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