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얀 마텔

출판사 작가정신

<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은 소설의 운명이 반은 작가의 몫이고 반은 독자의 몫이라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에 대한 믿음이 확실한 작가인 듯 하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독자의 다양한 해석과 사유가 가능한 소설이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철학적 환상 소설이라는 거창한 수식을 붙일만큼 난해하기도 하다.

이책에 등장하는 세명의 주인공은 1904년부터 1981년까지 한세기를 통해 각기 다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자식부터 아내까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출발한다. 그들은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해서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찾아 머나먼 여행길에 오르는데…

왜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냐면, 사람이 어떤 고난이나 고통을 겪고 감당하지 못할 번뇌에 시달릴 때 산행을 택하는 것처럼, 이들도 각자의 번뇌에 못이겨 자연스럽게 영적이고 신화적인 공간인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올라가 답을 찾으려 한다.

특히 우여곡절 끝에 올라간 산 정상의 십자고성에 달린 예수의 형상이 침팬지인 것이라던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침팬지 ‘오도’와의 동행을 통해서 삶의 외로움과 상실감을 치유하는 과정이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만큼 몰입도가 있고 여운이 남아, 두번 세번 읽더라도 완전히 이해하고픈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