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조원재
출판사 블랙피쉬
일반인들에게 예술이란, 예술가와 예술 애호가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의 벽이 확고히 자리 잡고 있는데 반해, 그중 미술은 턱이 낮은 편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가 어렸을 때 가장 처음 접하는 학문(?)이 부모님이 쥐어주신 연필이나 크레파스를 붙들고 선 긋기, 동그라미 그리기와 같은 미술 작업이기 때문이다.
또 살면서 미술 작업을 하진 않지만, 갖가지 색과 형태를 갖춘 가구, 의류, 살림살이, 잡동사니 등을 관리하면서 생활 속의 미적감각이란 것이 기본적으로 축적되어 있기에, 아주 난해하거나 추상적인 그림이 아니면, 어렵지 않게 공감하고 동화할 수 있는 예술 분야는 미술이 아닐까 싶은데…
<방구석 미술관>은 이런 의미에서 미술 초보 독자들의 문을 쉽게 열지만, 갈수록 그 세계는 방대해져, 인간의 삶과 역사의 중심에 미술이라는 광풍이 휘몰아치는 듯한 박진감과 감명에 푹 빠져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죽음 앞에 절규한 뭉크에 이어, 고통의 여왕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와 선정적인 그림으로 포문을 여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그림의 세계로 빠져들지 않고는 못 배길 걸~’ 하는 듯이 자신만만해 보여 약간 작위적인 느낌도 받았다.
서구를 주름잡던 르네상스 사조에 반기를 드는 혁명이 미술계에도 일어나는데, 중학교 때 미술 교과서에서 어렴풋이 익혔던 인상파, 후기인상파, 표현주의, 추상주의 화가들, 격변하는 시대에 그들의 삶이 어떻게 그림과 녹아내렸는가, 왜 그토록 그림에 미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작가 조원재의 스토리텔링 능력과 그림에 대한 애정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며, 이 책은 명작을 한번이라도 꿈꿨던 사람들에게 내리붓는 과분한 선물 같다.
뭉크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프리다 칼로는 대형 사고로 부서진 몸과 남편의 바람끼를, 드가는 독신남으로서 밑바닥 삶을 사는 여자들의 애환을, 클림트는 엄격한 사회 규율의 반항심을, 실레는 성병 매독에 대한 공포를, 반 고호는 알콜 중독에 대한 정신 분열을, 모두 그림으로 극복하려고 치열하게 살았다. 고통이 옥죄어 올수록 그림에 더 몰두했고, 살아남기 위해 붓으로 뼈를 갈아 넣었으며 폐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림이 남았다.
프랑스 대혁명을 기점으로 그 당시 일본에서 서민 생활을 기조로 유행했던 회화법 <우키요에>가 영향을 주어, 500년 넘게 중시됐던 원근법과 섬세한 화법을 버리고, 평면적이고 자유로운 색채, 원시적이고 독창적인 그림에 도전하는 화가들이 급속도로 늘어났으며, 카메라의 발명과 함께 그림으로 더 이상 설 곳이 없다는 화가들의 위기감은, 빛과 광학을 적용한 그림을 창조했고, 보이는 것보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독창적 개념, 형태를 무시한 점, 선의 추상 영역까지 이르게 된다. 여기 마네, 모네, 드가, 폴 고갱, 반 고호, 세잔, 클림트, 실레, 칸딘스키까지… 그 이름 하나하나가 우주의 표적처럼 꽂히고, 값진 그림을 보고 또 보고 다시 보게 된다.